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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추천] 21세기 최고의 명작 드라마 '체르노빌 (by HBO)'

Homo Ludens

by La La Land 2021. 2. 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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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CHERNOBYL | 왓챠

 

2019년 전미를 휩쓴 화제작을 소개합니다. <왕좌의 게임> 이후 HBO를 다시금 드라마 명가(名家)로 확인시켜준 작품이기도 한데요. 이미 많은 분들이 소문을 들으셨고, 혹은 이미 보셨을만한, 미국 HBO의 5부작 미니시리즈 <체르노빌 CHERNOBYL>입니다.

 

<체르노빌 CHERNOBYL>은 특이하게 5부작, 전체 러닝타임이 약 5시간 30분 정도인 작품인데요. 다소 긴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일반 드라마 시리즈들보다 짧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미니시리즈로 소개되었습니다). 저도 5부작을 한번에 몰아보았는데, 다분히 영화적 감성으로 텍스트가 읽혔습니다.

 

 

<체르노빌 CHERNOBYL>은 미국 HBO에서 2019년 5월 선보였고, 국내에는 2019년 8월 14일부터 왓챠를 통해 단독공개되고 있습니다. 왓챠가 존재감을 널리 뿜어낸 것이 바로 이 <체르노빌>을 단독 공개하면서부터가 아닐까 (저 혼자) 생각해봅니다. 개인적으로 그 전에도 왓챠는 관심의 대상이기는 했으나 정기구독의 대상까지는 아니었는데, <체르노빌>을 시작으로 벌써 1년 넘게 구독 중입니다.

 

 

<체르노빌 CHERNOBYL>은 1986년 소련 체르노빌(현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를 다루는 실화 기반의 드라마입니다. 다큐멘터리를 방불케 할 정도의 완벽한 고증을 기반으로, 원전이 폭발하는 순간부터 이를 수습하기까지의 과정을 사실적으로 짚어나가는데, 정말 놀랍도록 리얼합니다.

 

연출, 촬영, 연기, 미술, 음악 등등 그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습니다. 아니, 그야말로 평단과 관객의 높은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완벽한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당연한 결과로, 제71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미니시리즈 작품상 등을 포함해 19개 부문 후보에 올라 총 10개 부문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높은 완성도는 일차적으로 대본의 힘 덕분입니다.

 

작가 크레이그 메이진은 무려 3년 동안 소련 정부 문서들을 수집하고 관련자들을 인터뷰해 각본을 쓴 것으로 유명합니다. 촬영 전까지 체르노빌 사고를 다룬 책과 다큐멘터리를 모두 섭렵하고 우크라이나 생존자들과 직접 인터뷰를 하면서 그들이 겪은 참상을 대본에 녹였습니다.

 

요한 렌크 감독(53)의 유년시절 경험도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요한 렌크 감독은 1986년 4월,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를 또렷이 기억하는 일종의 증인입니다. 어린 시절 자신의 고향인 스웨덴 스톡홀름까지 도달한 방사능 낙진을 실제로 경험했습니다. 이 밖에도 어린 시절 체르노빌 사고로 인해 겪었던 '방사능'과 관련된 그의 다양한 경험과 그 속에 내재되었던 '공포감'이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주제의식이 너무나 또렷하고 또 훌륭하여 존경스러울 지경이었는데요. 드라마 관련 인터뷰에서 요한 렌크 감독이 한 “유사한 비극은 진행 중”이라는 말 또한 인상적입니다.

 

우리는 이미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가까이에서 겪었고, 최근에는 일본의 오염수 바다방출계획 등 후속관리를 둘러싼 논란의 여파까지 겪고 있는터라, 원전의 위험과 공포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코로나19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 봄 미국 백악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중국판 체르노빌'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감독의 이야기처럼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체르노빌과 유사한 현재진행형인 비극입니다.

 

'모든 비극은 반복될 뿐, 끝나지 않는다'는 어떤 문구가 생각나는데요. 그래서 이 드라마가 더욱 큰 울림을 갖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대본의 힘에 이어, 연출력 또한 압권인데요.

 

드라마는 이 모든 메시지를 흡사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 들도록 차분하고 담담하게 풀어냅니다(간단히 말해, 신파는 1도 없습니다). 그러나, 인류 역사상 최악의 재난이 벌어진 상황에서 각 인물들의 무지가 이어지고 거짓말이 교차하는 가운데, 부조리한 지휘 체계 속에 사태는 점점 악화되고 공포감 또한 커져갑니다.

 

'방사능 낙진이 마치 눈처럼 날아오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손을 뻗으며 행복해하는 장면', 장장 리허설만 3일이 걸렸다는 '군인들이 원자로 위 흑연 잔해를 치우는 장면' 등 명장면과 함께 드라마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이내 시청자들은 ‘간접 체험’을 넘어 1986년 원전 파국을 키운 '거짓의 대가'를 온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이그날리아 원전에서 얻었다는 기계음, 금속음 같은 기괴한 효과음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사고의 생생함은 우리를 체르노빌 사고현장으로 옮겨, 우리는 알고 그들은 몰랐던 것, 그 거짓의 대가를 지켜보며 답답함과 안타까움, 분노와 무력감, 불안에 휩싸이며 때때로 눈물로써 감정을 분출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점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다,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라는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대사와 함께 드라마가 끝나면 한동안 멍한 공황상태를 겪게 됩니다. 이것은 과거 우리가 보지 못했고 기억하지 못하는 어느 먼 옛날,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지금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어딘가에서, 혹은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라는 사실이 <체르노빌 CHERNOBYL>의 진정한 공포라는 뭇 평론가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쿵 하고 와닿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도 한 서너번쯤, 보다 정확히는 틈틈이 보고싶을 때마다 시리즈를 다시 돌려보게 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보아도 보아도 새롭고 정말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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